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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la Manodori

빌라 마노도리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발사믹 비네거가 가진 시간의 감각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발사믹은 단순히 샐러드에 뿌리는 식초가 아니라, 모데나라는 지역의 기후와 포도, 그리고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장인 정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이 전통은 오랜 세월 동안 귀족들의 유언장과 지참금 목록에 등장할 만큼 귀하게 여겨졌고,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1046년 프랑코니아의 왕 하인리히 2세가 카노사 후작의 발사믹 비네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1792년에는 에스테 공국의 에르콜레 3세 공작이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세의 대관식을 기념해 발사믹 비네거를 한 병 헌상했을 정도로, 이 한 병의 액체는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왕과 황제에게도 바칠 만한 귀한 선물로 여겨졌습니다. 발사믹의 역사는 곧 에스테 가문의 귀족 문화와 수 세기에 걸친 장인 정신, 그리고 세대를 넘어 이어진 집안의 비밀이 함께 축적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오래된 전통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공고한 가치를 획득합니다. 1863년 파우스토 세스티니 교수가 모데나의 식초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며 전통 발사믹 비네거가 일반 식초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임을 과학적으로 설명했고, 1986년 이탈리아 DOC 인증, 2000년 EU D.O.P. 최종 인증을 거치며 그 정체성과 원산지가 법적으로도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원료의 재배부터 제조 전 과정이 모데나 지방에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제품만이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식초가 왜 특별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병마다 부착된 고유 번호 봉인 역시 그 진품성과 전통을 상징합니다.

마시모 보투라는 바로 그런 모데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셰프입니다. 알랭 뒤카스와 페랑 아드리아 같은 동시대 거장들과 호흡하며 성장한 그는 1995년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를 열었고, 이후 세계 50 베스트 레스토랑 1위를 두 차례 수상하며 단순히 훌륭한 셰프를 넘어 이탈리아 미식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투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화려한 수상 경력만이 아닙니다. 그에게는 늘 모데나라는 도시가 중심에 있습니다. 그가 소개한 말처럼, 모데나는 모순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입니다. 발사믹 비네거가 수십 년간 나무통 속에서 조용히 익어가는 동안, 바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가 달리는 도시. 바로 그 역설이 그의 요리와 제품의 근원이라는 말은,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품고 있는 모데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 줍니다.
몇 해 전 넷플릭스에서 그의 이야기를 보며 유독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영화를 보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파스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저는 오히려 아주 인간적으로 그에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일상 한가운데에서도 그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좋아하는 재료와 맛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사람의 머릿속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너무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빌라 마노도리는 제게 단순히 유명 셰프의 이름을 단 브랜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평생 사랑해 온 지역의 식재료를 가장 정직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소개하려는 한 사람의 집요한 애정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빌라 마노도리는 실제로 이름만 빌린 브랜드가 아닙니다. 보투라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아세타이아 마리아 루이지아에서 태어난 발사믹으로, 1400개가 넘는 나무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중 일부는 19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통들이라고 하니, 이 발사믹 한 병 안에는 단순한 숙성 시간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건너온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빌라 마노도리 발사믹은 떼루아,포도 품종, 다양한 나무, 긴 숙성 과정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결합해 완성됩니다. 최소 12년 이상의 숙성, Affinato 등급 기준, 참나무와 밤나무, 뽕나무, 벚나무, 향나무 같은 다섯 종류의 목재가 각기 다른 향과 구조를 더하고, 그렇게 한 병의 발사믹은 단순한 신맛이 아니라 층위가 있는 향과 밀도, 긴 여운을 갖게 됩니다.
그 생산 과정을 들여다보면 왜 이 한 병이 시간의 예술이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에밀리아 토착 품종인 트레비아노 포도를 최대한 늦게 수확합니다. 황금빛과 녹색을 띠는 작은 포도알은 당도가 높고, 모데나의 마지막 온기까지 머금은 상태에서 수확되는 것이 전통입니다. 이렇게 수확한 포도는 압착된 뒤 개방된 용기에서 오랜 시간 천천히 가열되고 농축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분은 증발하고 당분은 응축되며, 발사믹 비네거 특유의 복합적인 향의 바탕이 만들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긴 침전 과정을 거쳐 효모와 아세트산균이 작용하면서 자연 발효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며 발사믹 특유의 입체적인 아로마가 점점 선명해집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매년 점점 더 작은 나무통으로 옮겨가며 12년 이상 숙성합니다. 이때 각각의 목재는 서로 다른 개성을 더합니다. 참나무는 안정적인 묵직함을,밤나무는 풍부함을 뽕나무는 부드러운 농밀함을, 벚나무는 은은한 향을, 향나무는 복합적인 뉘앙스를 조밀하게 구조화 합니다. 결국 발사믹은 단순히 시간이 오래 지나 만들어진 식초가 아니라, 서로 다른 나무의 성질과 계절의 변화, 증발과 응축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보투라가 빌라 마노도리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도 바로 이 점일 것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의 미학을 통해 완성되는 완벽함,좋은 재료에 대한 깊은 존중, 그리고 요리의 마지막 순간을 완성하는 한 방울의 힘말입니다.전통 발사믹 비네거의 황금률은 가열하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도 인상적입니다. 이 발사믹은 요리의 마지막 순간에 더해져야 비로소 그 경이로운 향과 풍미의 깊이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위에 한 방울, 신선한 딸기와 베리 위에 몇 방울, 구운 고기나 생선 요리의 끝에 살짝, 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의외의 조합으로. 쓰임은 단순하지만 결과는 전혀 단순하지 않습니다. 한 방울이 모든 것을 완성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좋은 발사믹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금세 알게 됩니다.

이번에 소개할 라인업 역시 그런 빌라 마노도리의 세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Aceto Balsamico Tradizionale di Modena D.O.P.입니다. 최소 12년 이상 숙성되는 Affinato 등급의 전통 발사믹으로, 100퍼센트 트레비아노 포도즙 농축액만을 사용해 만들어집니다. D.O.P. 규정에 따라 인증된 전용 병에 담기며, 한 병만으로도 이 전통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제품입니다. 질감은 거의 시럽처럼 농밀하고 향은 깊고 복합적이며, 단맛과 산미가 단순히 대립하지 않고 하나의 구조 안에서 조화를 이룹니다. 이것은 드레싱용 식초라기보다 잘 숙성된 치즈, 좋은 육류, 혹은 디저트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액체에 가깝습니다.처음 맛 볼 때는, 울컥할 정도의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이제껏 먹어 본 발사믹은 무엇이었나 싶습니다. 밀도가 굉장히 쫀쫀하고 구조감이 있는데, 이 한방울 안에, 헤이즐넛의 견과류노트, 삼나무 같은 향, 캐러멜라이즈가 살짝, 더 진행되어, 마치 타기 직전의 스모크한 향,묵직한 산미와 달콤암이 다 들어있었습니다. 뭐랄까 한번에 설명하기엔 어려운, 너무 다양한 층위의 맛과, 향이 켜켜이 쌓여 있었어요. 이 시간과 자연의 힘 앞에, 깊은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엄숙함 마저 느껴지더군요.
언젠가 모데나의 발사믹에 대해 잘 아는 대표님이, 백화점에서, 이거 7년산이다, 15년산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거 믿지 말아라, 적어도 D.O.P인증을 받은 ~산은 가격이 못해도 20만원은 할거다, 하셨는데, 그 말씀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귀하고, 소중한 맛이라 바닥까지 남김없이 먹고 말았습니다.
Aceto Balsamico di Modena는 위 엄숙한 발사믹에 비해, 조금 더 자유롭지만 클래식한 발사믹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엄숙한 느낌이 드는 전통 발사믹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가볍거나 단순한 맛은 아닙니다. 중간 정도의 끈적한 질감과 입 안에 닿는 순간 톡 쏘는 산미가 매우 상큼하고 신선하게 느껴지죠. 샐러드나 복숭아,무화과,살구 같은 과일에 별다른 가미 없이 바로 붓기만 해도 너무 맛있게 즐길 수 있죠.

산미가 있다고 해서, 인상이 살짝 찡그려지는 강한 산미는 아니에요. 새콤달콤하게 잘 익은 포도껍질을 씹어 먹어 본 적 있으시죠? 그 포도 껍질 안쪽의 밸런스가 잘 맞는 산미와 단맛을 합한 복합미가 있어요. 그런 포도 껍질에서나 느낄 수 있는 농익은 신 맛이에요. 샐러드 드레싱, 구운 채소, 생선 요리, 카르파초, 치즈 등 다양한 요리에 두루 어울리며, 주방에서 가장 자주 손이 가는 기본 발사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제철 베리류가 참 맛있쟎아요? 베리에 페어링헤서 참 많이도 먹었습니다.빌라 마노도리 특유의 균형감 있는 산미와 풍미를 가장 친근하게 경험하게 해주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김소영 선생님의 바닐라 요거트랑 그렇게나 잘 어울릴수가 없어, 자주 페어링해서 먹었어요. (지금도 사실 먹고 있기는 합니다) 사실, 이걸 더 리덕션(졸여서)해서 소스를 만들라, 마리네이드 할 때 써라 뭐 방법론은 다양하지만, 저는 이 한 병의 예술작품같은 발사믹은 그저,오롯이 즐기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보기 편하시게, 이 녀석의 특징을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무엇과 페어링해도, 감동하실 거에요. 늘 드시듯 그렇게, 함께 페어링 해서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미친 발사믹의 신세계에 눈을 떠보시게 될거에요. 이탈리안들은 “명품“이란 단어가 무색한 정말, 시간의 예술을 만드는데 특기가 있는 거 같아요.
Dark Cherry Balsamic은 위에서 서술한 발사믹의 장점에, 다크 체리의 풍미가 더해진 조금 더 감각적이고, 세련된 라인업입니다. 정말 맛있는 체리나 포도에 오키나와 흑당시럽을 올려 먹는 느낌이랄지…발사믹에서도 이런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이 날 수 있구나 하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진득하고 묵직한 맛이라 여러분들이 즐겨먹는 방식대로,토마토를 마리네이드 한다던지 담백한 빵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심지어 복숭아 수박같은 과일이나 디저트와 환상의 페어링을 이룹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부드럽고 우유맛이 가득한 치즈와도 정말 잘 어울리고요.


과일의 향이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기보다 발사믹의 농밀한 구조 안에서 존재감을 빛내며 은은하게 번지기 때문에, 단순히 달콤한 소스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염도가 있는 치즈나 고기 요리와 만나면 대비가 아름답고, 디저트나 샐러드에 사용하면 예상 밖으로 세련된 조합을 만들어냅니다. 발사믹을 조금 더 다채롭고 유연하게 쓰고 싶을 때 좋은 선택입니다.
Aceto di Vino Barolo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이것은 발사믹이라기보다 바롤로 와인으로 만든 와인 식초로, 향이 더 선명하고 산미가 훨씬 밝고 또렷합니다. 무겁고 농밀한 발사믹이 요리를 깊은 완성도의 디쉬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면, 이 제품은 전체의 맛을 산뜻하게 정리하고 들어 올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해산물 요리나 상큼한 샐러드, 드레싱, 산미가 필요한 소스에 특히 잘 어울리며, 무게감 있는 발사믹과는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두 가지 라인업보다 훨씬 더 라이트한 액체 같은 질감이에요. 포도껍질의 그 톡톡 튀는 산미가 그대로 담겨있어요. 아름다운 맛과 향입니다.

바롤로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을 대표하는 네비올로(Nebbiolo) 100% 품종으로 빚어지는 DOCG 최상위 등급 와인입니다. 오랜 숙성과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비로소 바롤로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이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 문화 안에서도 특별한 위상을 지닙니다. 최소 38개월 이상의 숙성 기간을 필요로 하며, 그중 상당 기간을 오크에서 보내면서 바롤로 특유의 깊은 구조감과 복합적인 향, 그리고 장엄한 여운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바롤로는 오래도록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불려왔습니다.

마시모 보투라는 바로 이 귀한 바롤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단순히 와인을 식초로 전환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바롤로가 지닌 품격과 밀도, 그리고 시간의 층위를 비니거라는 또 다른 형태로 정제해낸 것입니다. 이 비니거는 네비올로 품종 특유의 구조감과 오크 숙성을 거치며 형성된 깊은 아로마를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일반적인 와인 식초와는 결이 다른 섬세함과 농밀함을 보여줍니다.

첫인상은 선명하고 임팩트 있으면서도 우아하고, 입안에서는 바롤로 특유의 진중한 캐릭터가 천천히 펼쳐집니다. 잘 익은 과실의 뉘앙스, 은은한 스파이스, 오크에서 숙성되며 나타나는 풍미, 그리고 긴 여운까지 이어진 이 와인 비니거는 단순한 와인 비니거를 넘어서서, 하나의 미식 재료로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비니거는 샐러드나 마리네이드에 가볍게 사용하는 식초로의 의미보다는, 한 접시의 균형과 인상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한 방울에 가깝습니다.

세상에 많은 비니거가 있지만, 바롤로의 고귀한 구조와 향을 이처럼 우아하게 담아낸 비니거는 흔치 않습니다. 와인의 복합미와 식초의 캐릭터를 함께 지닌 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아로마틱 와인 비니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빌라 마노도리를 소개한다는 것은 식초 몇 병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시간과 지역, 장인 정신, 그리고 셰프의 철학이 한 병 안에서 어떻게 만나는지를 이야기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모데나의 발사믹은 오랫동안 왕과 황제의 감탄을 받아온 식초였고, 오늘날에는 마시모 보투라라는 셰프를 통해 다시 한 번 동시대의 식탁 위로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방울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꿉니다. 음식의 균형을 바꾸고, 재료의 깊이를 드러내고, 평범한 접시에 긴 시간을 더합니다. 아마 그래서 좋은 발사믹을 경험하고 나면 왜 어떤 셰프들이 평생 식재료에 집착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귀한 식재료를 제가 소개하는 날이 오다니…감회가 새롭습니다. 마켓컬리에서, 첫 촬영이 있던 날 40개의 원물을 마주하고, 거의 울고싶을 정도로 난감하던 11년전이 갑자기 생각나는 군요. 그 때도 이렇게 새로운 봄이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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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마노도리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발사믹 비네거가 가진 시간의 감각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발사믹은 단순히 샐러드에 뿌리는 식초가 아니라, 모데나라는 지역의 기후와 포도, 그리고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장인 정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이 전통은 오랜 세월 동안 귀족들의 유언장과 지참금 목록에 등장할 만큼 귀하게 여겨졌고,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1046년 프랑코니아의 왕 하인리히 2세가 카노사 후작의 발사믹 비네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1792년에는 에스테 공국의 에르콜레 3세 공작이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세의 대관식을 기념해 발사믹 비네거를 한 병 헌상했을 정도로, 이 한 병의 액체는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왕과 황제에게도 바칠 만한 귀한 선물로 여겨졌습니다. 발사믹의 역사는 곧 에스테 가문의 귀족 문화와 수 세기에 걸친 장인 정신, 그리고 세대를 넘어 이어진 집안의 비밀이 함께 축적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오래된 전통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공고한 가치를 획득합니다. 1863년 파우스토 세스티니 교수가 모데나의 식초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며 전통 발사믹 비네거가 일반 식초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임을 과학적으로 설명했고, 1986년 이탈리아 DOC 인증, 2000년 EU D.O.P. 최종 인증을 거치며 그 정체성과 원산지가 법적으로도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원료의 재배부터 제조 전 과정이 모데나 지방에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제품만이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식초가 왜 특별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병마다 부착된 고유 번호 봉인 역시 그 진품성과 전통을 상징합니다.

마시모 보투라는 바로 그런 모데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셰프입니다. 알랭 뒤카스와 페랑 아드리아 같은 동시대 거장들과 호흡하며 성장한 그는 1995년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를 열었고, 이후 세계 50 베스트 레스토랑 1위를 두 차례 수상하며 단순히 훌륭한 셰프를 넘어 이탈리아 미식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투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화려한 수상 경력만이 아닙니다. 그에게는 늘 모데나라는 도시가 중심에 있습니다. 그가 소개한 말처럼, 모데나는 모순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입니다. 발사믹 비네거가 수십 년간 나무통 속에서 조용히 익어가는 동안, 바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가 달리는 도시. 바로 그 역설이 그의 요리와 제품의 근원이라는 말은,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품고 있는 모데나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 줍니다.
몇 해 전 넷플릭스에서 그의 이야기를 보며 유독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영화를 보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파스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저는 오히려 아주 인간적으로 그에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일상 한가운데에서도 그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좋아하는 재료와 맛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사람의 머릿속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너무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빌라 마노도리는 제게 단순히 유명 셰프의 이름을 단 브랜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평생 사랑해 온 지역의 식재료를 가장 정직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소개하려는 한 사람의 집요한 애정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빌라 마노도리는 실제로 이름만 빌린 브랜드가 아닙니다. 보투라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아세타이아 마리아 루이지아에서 태어난 발사믹으로, 1400개가 넘는 나무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중 일부는 19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통들이라고 하니, 이 발사믹 한 병 안에는 단순한 숙성 시간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건너온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빌라 마노도리 발사믹은 떼루아,포도 품종, 다양한 나무, 긴 숙성 과정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결합해 완성됩니다. 최소 12년 이상의 숙성, Affinato 등급 기준, 참나무와 밤나무, 뽕나무, 벚나무, 향나무 같은 다섯 종류의 목재가 각기 다른 향과 구조를 더하고, 그렇게 한 병의 발사믹은 단순한 신맛이 아니라 층위가 있는 향과 밀도, 긴 여운을 갖게 됩니다.
그 생산 과정을 들여다보면 왜 이 한 병이 시간의 예술이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에밀리아 토착 품종인 트레비아노 포도를 최대한 늦게 수확합니다. 황금빛과 녹색을 띠는 작은 포도알은 당도가 높고, 모데나의 마지막 온기까지 머금은 상태에서 수확되는 것이 전통입니다. 이렇게 수확한 포도는 압착된 뒤 개방된 용기에서 오랜 시간 천천히 가열되고 농축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분은 증발하고 당분은 응축되며, 발사믹 비네거 특유의 복합적인 향의 바탕이 만들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긴 침전 과정을 거쳐 효모와 아세트산균이 작용하면서 자연 발효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며 발사믹 특유의 입체적인 아로마가 점점 선명해집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매년 점점 더 작은 나무통으로 옮겨가며 12년 이상 숙성합니다. 이때 각각의 목재는 서로 다른 개성을 더합니다. 참나무는 안정적인 묵직함을,밤나무는 풍부함을 뽕나무는 부드러운 농밀함을, 벚나무는 은은한 향을, 향나무는 복합적인 뉘앙스를 조밀하게 구조화 합니다. 결국 발사믹은 단순히 시간이 오래 지나 만들어진 식초가 아니라, 서로 다른 나무의 성질과 계절의 변화, 증발과 응축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보투라가 빌라 마노도리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도 바로 이 점일 것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의 미학을 통해 완성되는 완벽함,좋은 재료에 대한 깊은 존중, 그리고 요리의 마지막 순간을 완성하는 한 방울의 힘말입니다.전통 발사믹 비네거의 황금률은 가열하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도 인상적입니다. 이 발사믹은 요리의 마지막 순간에 더해져야 비로소 그 경이로운 향과 풍미의 깊이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위에 한 방울, 신선한 딸기와 베리 위에 몇 방울, 구운 고기나 생선 요리의 끝에 살짝, 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의외의 조합으로. 쓰임은 단순하지만 결과는 전혀 단순하지 않습니다. 한 방울이 모든 것을 완성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좋은 발사믹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금세 알게 됩니다.

이번에 소개할 라인업 역시 그런 빌라 마노도리의 세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Aceto Balsamico Tradizionale di Modena D.O.P.입니다. 최소 12년 이상 숙성되는 Affinato 등급의 전통 발사믹으로, 100퍼센트 트레비아노 포도즙 농축액만을 사용해 만들어집니다. D.O.P. 규정에 따라 인증된 전용 병에 담기며, 한 병만으로도 이 전통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제품입니다. 질감은 거의 시럽처럼 농밀하고 향은 깊고 복합적이며, 단맛과 산미가 단순히 대립하지 않고 하나의 구조 안에서 조화를 이룹니다. 이것은 드레싱용 식초라기보다 잘 숙성된 치즈, 좋은 육류, 혹은 디저트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액체에 가깝습니다.처음 맛 볼 때는, 울컥할 정도의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이제껏 먹어 본 발사믹은 무엇이었나 싶습니다. 밀도가 굉장히 쫀쫀하고 구조감이 있는데, 이 한방울 안에, 헤이즐넛의 견과류노트, 삼나무 같은 향, 캐러멜라이즈가 살짝, 더 진행되어, 마치 타기 직전의 스모크한 향,묵직한 산미와 달콤암이 다 들어있었습니다. 뭐랄까 한번에 설명하기엔 어려운, 너무 다양한 층위의 맛과, 향이 켜켜이 쌓여 있었어요. 이 시간과 자연의 힘 앞에, 깊은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엄숙함 마저 느껴지더군요.
언젠가 모데나의 발사믹에 대해 잘 아는 대표님이, 백화점에서, 이거 7년산이다, 15년산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거 믿지 말아라, 적어도 D.O.P인증을 받은 ~산은 가격이 못해도 20만원은 할거다, 하셨는데, 그 말씀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귀하고, 소중한 맛이라 바닥까지 남김없이 먹고 말았습니다.
Aceto Balsamico di Modena는 위 엄숙한 발사믹에 비해, 조금 더 자유롭지만 클래식한 발사믹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엄숙한 느낌이 드는 전통 발사믹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가볍거나 단순한 맛은 아닙니다. 중간 정도의 끈적한 질감과 입 안에 닿는 순간 톡 쏘는 산미가 매우 상큼하고 신선하게 느껴지죠. 샐러드나 복숭아,무화과,살구 같은 과일에 별다른 가미 없이 바로 붓기만 해도 너무 맛있게 즐길 수 있죠.

산미가 있다고 해서, 인상이 살짝 찡그려지는 강한 산미는 아니에요. 새콤달콤하게 잘 익은 포도껍질을 씹어 먹어 본 적 있으시죠? 그 포도 껍질 안쪽의 밸런스가 잘 맞는 산미와 단맛을 합한 복합미가 있어요. 그런 포도 껍질에서나 느낄 수 있는 농익은 신 맛이에요. 샐러드 드레싱, 구운 채소, 생선 요리, 카르파초, 치즈 등 다양한 요리에 두루 어울리며, 주방에서 가장 자주 손이 가는 기본 발사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제철 베리류가 참 맛있쟎아요? 베리에 페어링헤서 참 많이도 먹었습니다.빌라 마노도리 특유의 균형감 있는 산미와 풍미를 가장 친근하게 경험하게 해주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김소영 선생님의 바닐라 요거트랑 그렇게나 잘 어울릴수가 없어, 자주 페어링해서 먹었어요. (지금도 사실 먹고 있기는 합니다) 사실, 이걸 더 리덕션(졸여서)해서 소스를 만들라, 마리네이드 할 때 써라 뭐 방법론은 다양하지만, 저는 이 한 병의 예술작품같은 발사믹은 그저,오롯이 즐기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보기 편하시게, 이 녀석의 특징을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무엇과 페어링해도, 감동하실 거에요. 늘 드시듯 그렇게, 함께 페어링 해서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미친 발사믹의 신세계에 눈을 떠보시게 될거에요. 이탈리안들은 “명품“이란 단어가 무색한 정말, 시간의 예술을 만드는데 특기가 있는 거 같아요.
Dark Cherry Balsamic은 위에서 서술한 발사믹의 장점에, 다크 체리의 풍미가 더해진 조금 더 감각적이고, 세련된 라인업입니다. 정말 맛있는 체리나 포도에 오키나와 흑당시럽을 올려 먹는 느낌이랄지…발사믹에서도 이런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이 날 수 있구나 하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진득하고 묵직한 맛이라 여러분들이 즐겨먹는 방식대로,토마토를 마리네이드 한다던지 담백한 빵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심지어 복숭아 수박같은 과일이나 디저트와 환상의 페어링을 이룹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부드럽고 우유맛이 가득한 치즈와도 정말 잘 어울리고요.


과일의 향이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기보다 발사믹의 농밀한 구조 안에서 존재감을 빛내며 은은하게 번지기 때문에, 단순히 달콤한 소스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염도가 있는 치즈나 고기 요리와 만나면 대비가 아름답고, 디저트나 샐러드에 사용하면 예상 밖으로 세련된 조합을 만들어냅니다. 발사믹을 조금 더 다채롭고 유연하게 쓰고 싶을 때 좋은 선택입니다.
Aceto di Vino Barolo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이것은 발사믹이라기보다 바롤로 와인으로 만든 와인 식초로, 향이 더 선명하고 산미가 훨씬 밝고 또렷합니다. 무겁고 농밀한 발사믹이 요리를 깊은 완성도의 디쉬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면, 이 제품은 전체의 맛을 산뜻하게 정리하고 들어 올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해산물 요리나 상큼한 샐러드, 드레싱, 산미가 필요한 소스에 특히 잘 어울리며, 무게감 있는 발사믹과는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두 가지 라인업보다 훨씬 더 라이트한 액체 같은 질감이에요. 포도껍질의 그 톡톡 튀는 산미가 그대로 담겨있어요. 아름다운 맛과 향입니다.

바롤로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을 대표하는 네비올로(Nebbiolo) 100% 품종으로 빚어지는 DOCG 최상위 등급 와인입니다. 오랜 숙성과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비로소 바롤로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이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 문화 안에서도 특별한 위상을 지닙니다. 최소 38개월 이상의 숙성 기간을 필요로 하며, 그중 상당 기간을 오크에서 보내면서 바롤로 특유의 깊은 구조감과 복합적인 향, 그리고 장엄한 여운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바롤로는 오래도록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불려왔습니다.

마시모 보투라는 바로 이 귀한 바롤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단순히 와인을 식초로 전환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바롤로가 지닌 품격과 밀도, 그리고 시간의 층위를 비니거라는 또 다른 형태로 정제해낸 것입니다. 이 비니거는 네비올로 품종 특유의 구조감과 오크 숙성을 거치며 형성된 깊은 아로마를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일반적인 와인 식초와는 결이 다른 섬세함과 농밀함을 보여줍니다.

첫인상은 선명하고 임팩트 있으면서도 우아하고, 입안에서는 바롤로 특유의 진중한 캐릭터가 천천히 펼쳐집니다. 잘 익은 과실의 뉘앙스, 은은한 스파이스, 오크에서 숙성되며 나타나는 풍미, 그리고 긴 여운까지 이어진 이 와인 비니거는 단순한 와인 비니거를 넘어서서, 하나의 미식 재료로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비니거는 샐러드나 마리네이드에 가볍게 사용하는 식초로의 의미보다는, 한 접시의 균형과 인상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한 방울에 가깝습니다.

세상에 많은 비니거가 있지만, 바롤로의 고귀한 구조와 향을 이처럼 우아하게 담아낸 비니거는 흔치 않습니다. 와인의 복합미와 식초의 캐릭터를 함께 지닌 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아로마틱 와인 비니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빌라 마노도리를 소개한다는 것은 식초 몇 병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시간과 지역, 장인 정신, 그리고 셰프의 철학이 한 병 안에서 어떻게 만나는지를 이야기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모데나의 발사믹은 오랫동안 왕과 황제의 감탄을 받아온 식초였고, 오늘날에는 마시모 보투라라는 셰프를 통해 다시 한 번 동시대의 식탁 위로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방울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꿉니다. 음식의 균형을 바꾸고, 재료의 깊이를 드러내고, 평범한 접시에 긴 시간을 더합니다. 아마 그래서 좋은 발사믹을 경험하고 나면 왜 어떤 셰프들이 평생 식재료에 집착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귀한 식재료를 제가 소개하는 날이 오다니…감회가 새롭습니다. 마켓컬리에서, 첫 촬영이 있던 날 40개의 원물을 마주하고, 거의 울고싶을 정도로 난감하던 11년전이 갑자기 생각나는 군요. 그 때도 이렇게 새로운 봄이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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